뱀사골계곡

지리산 서북쪽에 위치한 뱀사골은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등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여 흐르는 계곡이다. 계곡 입구인 반선마을까지 삼십 리에 가까운 길이의 계곡엔 탁용소, 뱀소, 병풍소, 병소, 단심폭포, 간장소 등 짙푸른 소들이 폭포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광을 이룬다.
뱀사골의 지명유래는 여러 가지다.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배암사라는 절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계류가 뱀처럼 굽이굽이 곡류한다 하여 뱀사골이라 부른다는 설, 계곡에 뱀이 많아 뱀사골이라 불렸다는 설,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죽은 계곡이라는 설 등이 있다.

이무기 전설에 따르면, 1300여 년 전 반선 고을에는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이 절에서는 언제부턴가 칠월 백중날 신선대에 올라가 정성껏 기도를 하면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실제로 절에서는 매년 모범이 될 만한 스님 한 사람을 뽑아 신선대에서 기도를 올리게 했고, 그 스님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극락세계로 간 것으로 여겼다.

세월이 흘러 조선 선조 때 고승 서산대사가 이곳을 찾았다가 이 일을 괴이하게 여겨 신선대에 올라 기도를 하려는 스님의 가사장삼에 독을 묻혔다. 다음날 아침 신선대에 가보니 이무기가 죽어 있고 뱃속에는 스님이 들어 있었다. 이후 사람들은 이 골짜기 이름을 이무기가 죽었다 해서 ‘뱀사골’이라 불렀고, 그때 희생된 스님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반쯤 신선이 되었다는 뜻으로 그 동네를 반선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뱀사골계곡은 가장 상류의 간장소에서 화개재로 올라서는 구간을 빼고는 산길의 경사가 대부분 부드럽다. 또한 수량도 많고 계곡이 넓으며 널따란 마당바위와 암반이 많이 있어 쉬엄쉬엄 풍광을 감상하며 걷기에도 좋다. 이 계곡은 오염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특별보호구로 지정되어 직접 계곡물의 시원함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도록 탐방로는 개방돼 있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피아골의 단풍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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